뉴질랜드 썰

유학생이 자라면

Delia :D 2023. 1. 20. 17:40

#유학생뒷담화 #환경차이인가 #인성차이인가

디플로마 학교를 들어가기 전, 아이엘츠 학원에서 3개월을 공부했다.

사실 아이엘츠 반에 들어가려면 인터 수준은 되야 하는데, 나는 인터반으로 학원을 졸업하긴 했지만 실상은 프리인터의 수준이었고, 나의 스피킹 실력은 프리인터중에서도 하급 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공부를 하긴 해야 하니 어려워도 듣고 싶어서 당시에 지인에게 잘 카르친다고 소문이 났다는 학원의 선생님의 반을 콕 찝어 등록했다.

내가 들어갔던 반은 아이엘츠 7.0 목표 반이었는데 그중에는 6개월이 넘게 그 반에 있는 학생도 있었다. 유아교육을 하고 싶은데 유아교육 학교를 가려면 아이엘츠 아카데믹 each 7.0 이상이던가? (각 과목 모두 7.0이 넘어야 한다는 말) 필요했어서 다른건 다 7.0이 넘었는데 writing 점수가 안나와서 계속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그 반에는 그런 학생들이 많았다.

들어간지 얼마안되서 2명의 한국인 남자들이 들어왔다. 둘다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한명은 당시 27살이었던가 그랬고 나머지 한명은 21살(애기애기했지). 둘다 방학인데 놀지만 말고 학원이라도 가라며 부모님이 등떠밀어 온것이란다. 27살 애는 고등학교에 뉴질랜드에 왔고 당시 엄마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21살 애는 13살쯤 혼자와서 8년째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애였다.

둘다 유학생이지만, 두사람은 같은 듯 달랐다.

둘다 한국에서 어느정도 머리가 큰 다음에 왔다. 이건 여담이지만 보통 초등학교 졸업전에 온 애들은 마인드가 이곳 문화와 어느정도 잘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그런데 중학교이상, 한국에서 다니다가 온 애들은 이미 한국에서 알거 다 알고 머리가 다 커서 오게 된다. 이 경우는 한국 문화에 이미 익숙해진 경우가 많고,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한국인 마인드가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더라. 나는 이게 이민 1.5세대들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외국인들과 함께 자랐어도 결국 한국인 마인드를 가지게 되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꼰대마인드 같은거)

물론, 다 그런건 아니다. 그렇게 보면 인성문제가 더 크다고 보는게 맞겠다.

아무튼 나는 27살 애가 싫어서 어울리지 않았다. 결정적인 일이 있긴 했는데, 이는 사실 뒷담화에 가깝다.

두사람과 함께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러 간적이 있는데, 우리의 대화는 그냥 뭐 큰 이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27애가 깜빡이도 안켜고 훅 들어왔다.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여자 구멍이 작아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이새끼 지금 무슨말을 지껄이고 있는거지? 아무도 묻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그런 대화는 1도 안했는데 갑자기 왜 지혼자 저런얘기를 하면서 히죽거리고 있는거지? 또라인가....... 나는 "미친새끼.." 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말한 외국인친구는 물론 그 얘기를 내앞에서 지껄이고있는 27애를 향한 말이기도 했다. 근데 얘는 그말이 외국인 친구를 향한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또 아무도 묻지도 않은, 지가 기숙사 생활할때 옆방 외국인이 매일같이 여친을 데려와서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는 얘기를 늘어놓더라고.. 허허..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이새끼 이런새끼구나. 온통 관심사가 그쪽으로만 쏠려있구나. 그러지 않고서야 대화 중간에 뚝 끊고 이런얘기가 튀어나오겠나. 나중에는 차를 샀다며 사진을 보여주고 자랑을 하는걸 보고 아.. 얘는 참.. 어리고 철이 덜 들었구나 는 생각을 했다. 차를 자랑하는게 문제는 아닌데, 그 표정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허세가 ㅋㅋㅋㅋㅋ 내 생각을 굳혔다.

그 후로 학원을 그만둔 뒤에도 가끔 저녁때 술마시자며 나오라는 그애의 카톡과 전화를 매정히 거절했고 번호도 지웠다. 정말 인생에 처음만난 또라이 새끼였다.

반면 21살 남자애는 새파랗게 어린게 생각도 많고 깊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았다. 나와는 나이차이가 10살정도 나는데도, 대화가 통하는 바르게 자란 아이였다. 나는 그애를 보면서 참 바르게 자란 좋은 유학생의 예 라는 생각을 했다. 친한 친구들도 다들 외국인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랬을까, 외국 마인드와 한국 마인드가 적절히 섞여서, 예의도 바르고 선을 넘지 않으면서 오픈 마인드를 가진..? 아무튼 보기드문 좋은 예다.

그 애와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낸다. 작년 군대를 제대하고 12월에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2018년 12월에 한국에 갔을때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얘가 무릎 수술을 해서 부대에서 나와 잠시 서울에 한 병원에 입원에 있었는데 그때 병원이 멀지않아 남편과 함께 병문안도 다녀왔고, 컴알못인데 최근에 컴퓨터를 산다고 해서 남편이 도와주고 조립도 해줬다.

나중에 안거지만 부모님이 사업을 하시고, 8년동안 유학생활에 400불짜리 홈스테이에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용돈받아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항공 비지니스를 마일리지로 탄다. 이놈.. 바르게 커서 겸손하기까지 하다.

외국에 혼자 8년 내보냈는데 이렇게 바르게 자라는게 쉬운 일일까?

처음에는 유학오는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도 나이지만, 결국은 본성, 성질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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